정신 이미지와 성격의 파편

정신 이미지

 

 

콤플렉스는 감정적으로 강하게 두드러지며, 의식의 습관적 태도와 양립되지 않는 어떤 정신적 상황의 이미지이다.

 

이미지란 말이 핵심인데, 이미지는 정신의 본질이 뭔지 알려준다. 이미지란 말 대신 라틴어 `이마고`를 사용하기도 한다.

 

 

콤플렉스는 내면의 대상이며, 그 핵심은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래서 주관적 세계에 본질적으로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객관적 실재, 즉 실제적 사람이나 물질적 신체와 콤플렉스를 혼동해선 안 된다.

 

 

놀랍게도 정신 이미지와 외부 현실은 정신이 외부 세계에 의해 각인되거나 경험을 통해 아로새긴 경우가 없을 때조차 상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가금을 습격하는 말똥가리에 처음 노출된 병아리도 이 새가 위로 날아와서 그림자가 보이면 어디론가 달려가 숨는 법을 안다는 것이다.

 

콤플렉스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인간의 경우엔 동물처럼 완전히 본능적이라기보다 유사 본능적으로 나타난다. 콤플렉스는 주로 정신적 외상, 가족 간 상호작용, 가족 형태, 문화적 조건 같은 경험의 산물이다.

 

 

이들은 융이 원형적 이미지라고 부르는 고유한 요소와 결합해서 콤플렉스 전체를 구성한다. 콤플렉스는 정신이 경험을 소화해 내적 대상으로 재구성한 뒤에 정신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콤플렉스는 말하자면 구성된 인간 본능이다.

 

 

꿈은 이러한 콤플렉스에서 형성된다. 일정 기간에 걸쳐 꿈은 이미지, 일정한 형태, 반복되는 구조, 일관된 주제 등을 제시해준다. 이렇게 꿈을 통해 우리는 콤플렉스의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미지가 갖는 각각의 특질, 즉 내적 일관성과 전일성과 자율성은 융이 콤플렉스에 대해 내리는 정의의 중요한 측면이다. 콤플렉스는 안정적이며 시간을 견뎌낸다. 자아의식의 참견, 도전 없이 자기만의 공간에 남겨져 있을 때 콤플렉스는 변화의 경향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한 사람의 삶에서 거듭 형성된 같은 형태의 감정적 반응과 배출, 같은 실수, 같은 불행한 선택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 점을 보게 된다.

 

 

 

분석가들은 콤플렉스를 드러내어 자아의 의식적 성찰로 노 출시시키려 한다. 이러한 관여를 통해서 어느 정도는 콤플렉스를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관여를 하지 않으면 콤플렉스는 생명이 깃든 이질적인 몸이나 전염병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콤플렉스가 포진함으로써 생겨나는 심리적 결과는 자극이 정신에 끼치는 영향이 그친 뒤에도 상당 시간 집요하게 존재한다. 심리 치료의 효과를 나타내는 결과 가운데 하나는 콤플렉스에 의한 장애가 이전보다 짧은 시간 동안만 존속한다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콤플렉스의 `후유증`이 가져다주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효과는 사람을 소진하고 고갈시킨다.

 

 

 

2장 내면의 거주자(콤플렉스) - 2

 

 

 

 

성격의 파편

 

콤플렉스는 성격의 파편들 또는 잠재 인격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모든 성인의 성격은 크고 작은 파편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분열에 약한 경향을 보인다. 이 파편들은 응집이 안 될 수도 있다. 융은 근본적으로 파편화된 성격과 콤플렉스 사이에 원칙적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파편화된 성격과 콤플렉스는 본질적으로 같은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성격의 파편들은 의심할 바 없이 자체를 의식하지만, 콤플렉스로서의 정신의 작은 파편들이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인간은 기능을 지속시키기 위해 의식의 가벼운 변화 상태를 경험하거나 외상 경험에서 분열된다는 면에서 해리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해리하기도 한다.

 

 

`콤플렉스 안에 있다`라는 것은 그 자체가 해리 상태에 있다는 말이다. 자아의식은 장애를 일으키며, 이러한 장애 정도에 따라 심한 방향 상실과 혼미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콤플렉스는 일종의 자체 의식을 가지므로 `콤플렉스 안에 있는` 사람은 외래 성격에게 홀린 상태이다.

 

 

 

다중 인격 장애에서 일어나는 이런 다양한 의식은 통일된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 않으며, 자아는 조각들로 떨어져 있는 정신 공간을 이어놓지 못한다. 이런 경우 자아는 의식의 파편들에 제한된 반면, 각각의 콤플렉스는 자체의 자아 같은 것을 갖고 있어 다소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각각은 자체의 정체성을 물론 나름의 신체 통제 기능을 갖고 있다. 한 성격은 담배 연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또 다른 성격은 줄담배를 피울 수도 있는 것이다.

 

다중 인격은 인격 해리의 극단적인 한 형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다소 정도가 약하긴 해도 모든 사람은 콤플렉스가 있으므로 다중 인격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 정상인의 경우는 콤플렉스가 대체로 통합된 자아에 종속되며, 자아의식은 콤플렉스가 포진될 때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해리성 다중 인격 장애를 겪는 사람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콤플렉스는 자아가 가진 것보다 에너지를 적게 가지며, 최소한의 자체 의식만을 보여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아는 자체로 처리되는 상당한 에너지와 의식을 가지며, 그래서 자아가 의식의 주요 중심인 것이다.

 

 

 

 

 

자아는 우리가 동기나 목적이라고 부르는 것의 원인이지만 다른 콤플렉스도 독자적 목적과 의지를 갖는 것 같다. 자아는 특정한 순간에 자아의 콤플렉스가 원하는 것과 종종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기에 그렇다.

 

 

콤플렉스는 정신적 외상 경험이 응결된 기억 이미지 같다. 꿈속에서나 일상에서 콤플렉스는 자아를 무기력하게 느끼도록 한다.

 

 

 

 

 

콤플렉스의 구조

 

 

융은 콤플렉스가 연상 이미지와 무의식에 묻혀 있어 자아가 쉽게 소환하기 힘든 정신적 외상을 입은 순간들의 응결된 기억으로 구성되어있다고 본다. 이는 억압된 기억들이다.

 

다양하게 연상된 콤플렉스 요소들을 밀접히 연결하고 묶어두는 건 감정이다. 감정은 접착제다.

 

 

"느낌이 가미된 내용인 콤플렉스는 핵 성분과 이차적으로 포진된 상당수 연상체로 구성되어 있다."

 

 

핵 성분은 콤플렉스가 기반을 둔 핵심 이미지와 경험, 즉 응결된 기억이다. 이러한 핵심은 두 부분, 즉 정신적 외상이 일어나는 이미지 또는 정신의 흔적과 이와 밀접히 연관된 본래(원형적)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콤플렉스의 이중적 핵심은 주변의 연상체를 모아 성장하며, 생애 내내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한 남성의 말투나 감정적 반응이 여성에게 학대하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면 그는 그녀에게 아버지 콤플렉스를 포진시킨다고 봐야 한다. 계속 교류가 이어지면 이 콤플렉스에 재료가 추가될 것이다.

 

 

만약 그가 그녀를 학대하면 부정적인 아버지 콤플렉스는 더 농후해지고 활기를 띠며 아버지 콤플렉스가 포진되는 상황에서 더 반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정신 치료는 콤플렉스가 변경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로써 성격 구조를 어느 정도까진 바꿀 수 있다. 왜냐면 전이를 통해서 치료사는 부모, 즉 어머니와 아버지를 대신해 치료의 다양한 단계에 관여할 수 있기에 그렇다.

 

 

치료사가 부모 콤플렉스를 포진시킬 때 환자는 다른 부모 인물을 경험하는 것이므로 기존 콤플렉스에 재료를 더 보태서 그 안쪽이나 위쪽에 층을 하나 더 형성한다. 이런 새 구조는 이전 구조를 아주 대체하지는 않지만 제법 변경해준다.

 

 

이런 변경의 정도는 콤플렉스가 이 사람의 삶을 약화하는 방식으로 더는 제한하지 않는 데까지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