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도달과 수준

카를 융 시리즈의 세번째편이다

 

무의식에 도달하려면?

 

 

정신이란 태양계 같은 3차원적 대상이라고 상상해보면, 자아의식은 지구, 즉 `딱딱한 땅`이다. 지구의 둘레 공간은 크고 작은 위성과 운석으로 채워져 있다. 이 공간을 융은 무의식이라 불렀고, 우리가 이 공간에 과감히 들어가서 처음 조우하는 것은 `콤플렉스`이다.

 

 

콤플렉스 이론은 무의식과 그 구조를 이해하는데 융이 초기에 한 큰 공헌이다. 융은 어떻게 콤플렉스라는 무의식의 특성을 발견해서 이를 지도로 그려냈을까? 이 질문은 어떻게 무의식의 특성이 의식의 장벽을 넘어 마음으로 관통해 들어갈 수 있는지였다.

 

 

우리는 어떻게 주관적 세계로 깊이 들어가서 주관적 세계의 구조와 그 활동을 탐험할 수 있는 것일까?

 

 

 

콤플렉스

 

 

단어 연상 실험을 통해서 융은 특정한 개인에 특정한 자극 단어를 제시하면 의식에 묻혔던 고통스러운 연상들을 일으키고,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이러한 연상들은 의식을 동요시켰다.

 

의식의 동요에 반응하는 무의식의 내용을 융은 `콤플렉스`라고 했다.

 

 

융은 또 실험해서 특별한 콤플렉스가 생성하는 지표 수와 이러한 지표를 통해 볼 수 있는 마음의 동요가 주는 심각성을 합산하기만 하면 이 콤플렉스가 부과하는 감정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것은 그에게 이 콤플렉스에 묶여 있는 정신 에너지의 상대량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의식 연구는 수량화될 수 있고 환자의 치료를 위해 어떤 작업을 필요한지 안내해줄 수 있다. 하여튼 융은 이 실험 결과를 통해서 융은 의식 밖에 정신적 실체가 있다고 정말 확신했다.

 

 

인생 후반기에 융은 그의 콤플렉스 이론을 조금씩 다듬어나갔지만 새로운 자료를 추가하거나 기본 개념에 관한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콤플렉스에 원형적(예컨대 본래적, 원시적) 요소가 포함된다는 진술을 덧붙였다.

 

 

`포진`이란 말은 융의 저작들에서 빈번하고 중요한 어휘이다. 보통 이것은 심리적 부하가 일어나는 순간, 즉 콤플렉스의 개입으로 의식의 동요가 이미 일어났거나 막 일어나려는 순간을 말한다.

 

 

이러한 콤플렉스가 포진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의지보다 더 강한 힘, 즉 악마의 속박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포진을 형성하는 건축가는 "자신의 특별한 에너지를 소지한 콤플렉스들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발생해 콤플렉스가 자극받을 때면 폭발적 에너지를 방출하고 도약해 의식 수준에까지 이른다.

 

 

융의 이론은 콤플렉스 심리학(보통 분석심리학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으로 불린 때도 있었다.

 

정신은 많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심들의 각각은 에너지를 가졌으며, 심지어 그 자체의 의식과 목적을 갖기도 한다.

 

 

성격을 이렇게 개념화할 때 드러나는 것은 자아가 많은 콤플렉스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자아는 자신만의 특별한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아 에너지를 자유의지라고 한다.

 

 

만약 우리가 하나의 콤플렉스에 내재한 에너지의 양을 언급하고 싶다면 우리 내면의 악마가 가진 힘에 대해 말할 수 있을 텐데, 이 악마들은 우리를 붙들어 매어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하는 불합리한 강박충동들이다.

 

 

콤플렉스는 일반적으론 의식 영역 안에서 이러한 효과를 창출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때론 마음의 동요가 온전히 정신 외부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융은 콤플렉스가 주변 세계의 대상과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융은 우리가 때로 자극이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고 콤플렉스가 포진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다고 했다. " 강한 의지를 지닌 주체들은 언어 추동 장치를 통해 그들에게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방식의 짧은 반응으로 자극적 단어의 의미를 격리할 수 있는데, 이 방식은 진짜 중요한 개인적 비밀이 보호되어야 할 때만 작동한다."

 

 

사람들 대부분의 자아는 보통 콤플렉스가 주는 결과를 어느 정도 중화할 수 있다. 이 능력 덕분에 환경에 적응하고, 심지어 생존할 수 있다. 이것은 분리할 수 있는 능력과 유사하다. (또는 같다)

 

 

만일 사람에게 이런 능력이 없다면, 자아는 침착함이 가장 요구되는 매우 위험한 순간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말 것이다. 전문 직업인의 삶에서 일을 수행하려고 자신의 개인적 콤플렉스를 제쳐놓는 것은 필수적이기에 그렇다.

 

심리 치료사들은 환자를 볼 때 자신의 감정이나 개인적 갈등을 멈추고 대해야 하니까.

 

 

 

 

무의식의 수준

 

보통 콤플렉스는 `개인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콤플렉스 대부분은 한 사람 자신의 특별한 삶의 역사에서 생성되며, 개인적인 것으로 엄격히 한정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것을 넘어서 존재하는 가족이나 사회적인 콤플렉스도 있다.

 

 

한 질병이 개인에게만 속하지 않듯 콤플렉스 역시 개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콤플렉스는 집단적이고 , 개인은 그것을 `포착`한다.

 

 

이 말은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심리학적 표현으로 유사한 기질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다. 가족이나 친족 또는 전통적 문화 가운데 성장한 사람들은 이러한 공통의 무의식적 구조를 상당히 공유한다.

 

 

공유된 정신적 외상은 공유된 콤플렉스를 형성하며, 이는 한 세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대로 넘어간다.

 

1930년대를 살아 대공황의 정신적 외상을 공유한 사람들의 성향은 종종 `공황 멘털리티`라고 거론되지 않던가.

 

 

무의식의 문화적 층위, 즉 문화적 무의식에 대해 논의해보자면, 무의식은 개인의 생애 동안 획득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이지만, 집단과 공유되기 때문에 집단적이다.

 

 

 

이 수준에서 무의식은 개인을 넘는 문화적 형태와 태도를 통해 구조화되며, 이러한 형태와 태도는 개인의 의식적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무의식적 문화에 연쇄 관계에서 형성된 독특한 콤플렉스를 산출한다. (문화적 무의식은 4장에서 논의할 집단 무의식과 구별돼야 한다!)

 

 

정신적 외상 때문에 콤플렉스가 형성된다는 게 통상적이지만 개인적 수준을 넘어선 사회적 맥락에서 고려돼야 한다.

 

단어 연상에 관한 융의 연구들은 아이들의 무의식 내용을 형성하는 데 가족이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에 주목한다.

 

특히 어머니와 딸 관계에서 자극 단어들에 보인 반응을 통해 그들은 거의 같은 불안과 갈등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융은 무의식이 가족이라는 환경이 제공해주는 서로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중요한 형태를 갖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러 의문은 대답 되지 않았다.

 

 

아동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초기 정신 구조는 문화에 노출됨으로써 나중에 크게 변화되고, 텔레비전, 학교 수업 등에서 오는 광범위한 자극에 정신이 지속해서 노출되는 건 아동기 후반 단계에서 변화의 한 요인이 된다.

 

 

초기에 가족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콤플렉스는 정신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의해 형성된 콤플렉스는 무의식의 현장에서 여전히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