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정신 에너지(리비도 이론) - 2
정신 에너지 측정
융은 값을 평가함으로써 에너지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고 봤다. 만일 의식 내용과 관심사, 즉 정치, 종교, 돈, 성, 경력 등의 목록을 만들어 각 항목에 1~100의 비율로 값을 매긴다면, 의식 내용들 가운데 에너지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정신 때문에 어느 정도 값으로 매겨지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스스로는 판단을 잘못 내리기 쉽다. 의식 내용의 목록은 일정한 비율로 등급이 매겨질 수 있으나 그들을 시험하지 않고선 이러한 비율의 정확성을 확신할 수 없어서 그렇다.
우리는 둘 또는 그 이상에서 매력적인 것을 선택해야 할 때만 실제로 상대적인 값이 무엇인지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의식 내용과 달리 무의식의 내용의 값은 내적 통찰만으론 성취될 수 없다. 자아는 보통 무의식으로 깊이 관통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접적 측정 방법이 필요하다. 단어 연상 실험은 융에게 그런 측정 방법을 제시해줬다.
일단 콤플렉스의 에너지 수준은 이와 관련되는 콤플렉스 지표의 수로 표시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느 콤플렉스가 가장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경험적으로 안다.
이런 민감한 영역은 강한 반응을 일으키리라는 예측 때문에 대중 사회와 상류사회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 성, 종교, 돈 또는 권력 같은 쟁점을 가지는 집단 콤플렉스의 일부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 콤플렉스가 심각하게 자극받는다면 에너지가 격렬히 방출될뿐더러 전쟁까지 초래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동요의 강도와 빈도는 무의식적 콤플렉스의 에너지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유용한 지표들이다.
몸과 마음의 통합
진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있어서 하루를 정말 정력적으로 보내는 사람이 있지만, 어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서 밥 한술 뜨기도 어려울 만큼 에너지가 적다.
어떤 의미에서 삶의 육체적인 면은 심리적인 면에 강한 영향을 주고, 육체적으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것은 정신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 이바지한다. 하지만 정신과 몸의 관계는 복잡하고 종종 역설적이기도 하다.
융은 이 두 체계의 상호작용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대부분 무의식에 매우 깊이 묻혀 있어서, 한쪽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다른 한쪽이 어디에서 중단하는지를 분명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정신과 육체의 통합은 단순히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으로 닫힌 체계가 아니므로, 엔트로피나 에너지 보존은 이러한 체계에서 정확히 작동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들 사이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어떤 일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경우, 이와 같은 양의 에너지는 종종 다른 곳에서 나타나곤 한대. 두 관심 대상이 명백히 관련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체계에서 전체 에너지의 양은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
다른 한편으론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때 사람은 무기력해지거나 우울해지는데, 이 경우 융은 에너지가 퇴행한다고 말한다. 에너지는 의식에서 빠져나가 무의식으로 돌아간 것이다.
에너지, 운동, 방향
리비도의 `퇴행`과 `진전`은 융 이론에서 중요한 용어이다.
진전할 때 리비도는 생명과 세계에 적응하는 데 사용된다. 이때는 세계에서 기능하기 위해 리비도를 사용하고 선택한 활동을 위해 리비도를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다.
정신 에너지의 긍정적 흐름을 경험한다.
하지만 중요한 시험에 낙방하거나 가족을 잃었다고 가정해보면, 리비도의 진전은 멈춰버리고,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며, 에너지 흐름은 방향을 반대로 바꾼다.
여기서 리비도는 콤플렉스를 작동시키고 무의식은 자아와 반대 태도를 보인다. 내적 갈등 때문에 찢어지고 마비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진전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에너지는 콤플렉스를 활성화하고 콤플렉스의 에너지를 증가시킨다. 이 에너지가 증가하는 정도에 따라 자아는 에너지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을 정신에서의 에너지보존법칙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는 정신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다만 의식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봐야 된다. 이에 따른 전형적 결과는 우울증, 무기력한 양가감정, 내적 갈등, 동기 상실 등이 있다.
퇴행은 역설적으로 발달의 새로운 가능성에 이른다.
퇴행이 내면세계를 활성화할 때 사람은 이 내면세계에 직면하고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내면에 적응하려는 운동은 결국 새로운 외부 세계에 이르게 된다. 이때 리비도는 또다시 진전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사람은 이제 바로 무의식적인 것, 퇴행 때 겉으로 드러나는 콤플렉스, 개인사, 성격적 결함 등 다루기 빡센 문제에 직면해야 해서 더 성숙해지는 것이다.
융은 리비도의 진전과 퇴행 사이에, 다른 한편으론 내향적 태도와 외향적 태도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있다고 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으로 세계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진전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방식으로 진전하는 것이다.
퇴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외향적으로 생각하는 유형은 습관적으로 세계와 대처하고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생각에 익숙하다. 이런 사람은 그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경험적으로 실패하는 삶의 상황에서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외향적 사고를 보이는 사람은 관계 문제를 대체로 잘 해결하지 못한다. 여기서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한데, 정신의 네 기능 가운데 이 사람이 갖는 우월 기능(또는 주 기능)이 소용없어질 때 이 사람은 좌절과 패배 의식에 점유되어 버린다.
이제 갑자기 다른 기능들이 요청되지만, 이 기능들은 쉽게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비도는 퇴행하고 열등 기능이 활성화되는데, 이것은 내향적 감정 기능에 해당한다.
어느 사람도 사고, 감정, 직관, 감각의 네 기능을 동시에 발달할 수 없다. 여기서 젤 많이 사용되는 우월 기능, 즉 주기능이 되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 만일 사고 기능이 우월 기능이 되면, 감정 기능은 가장 낮게 발달한 열등 기능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건 사고와 감정 기능은 합리적인 면을 대표하며 직관과 감각 기능은 비합리적인 면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같은 범주에 속하는 사고와 감정(합리적인 면)은 양립할 수 없으므로, 이 가운데 하나가 우월 기능이 되면 다른 하나는 열등 기능이 된다. 직관과 감정 기능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사고가 우월 기능이 되면 감정은 열등 기능이 되고 다른 면을 대표하는 직관과 감각 기능은 보조 기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보조 기능은 우월 기능으로서의 사고가 합리적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고가 우월 기능, 감정이 열등 기능이 되면 직관과 감각은 2차 또는 3차 기능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스타인은 우월 기능인 사고 기능이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열등 기능인 감정이 의식화되지 않은 채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월 기능과 열등 기능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열등 기능을 4차 기능이라고도 부른다.
융이 지적했듯 열등 기능은 무의식적이다. 의식으로 떠오를 경우 칙칙한 심층적인 것을 운반한다. 통합적 감정 기능은 자아의 한 도구로 정제되고 식별하며 합리적 모습을 보이는 기능인데, 이 기능은 가치를 확립함으로써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에서 솟구쳐나온 분화되지 않은 열등의 감정 기능은 가치에 대해 안내해주는 것이 미미하지만 자기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것은 나의 전생에서 가장 중요한 거야!! 그것 없이는 못 산다." 이것은 매우 감정적이다.
이 열등 기능은 명백히 적응 기술이 부족하지만, 자아는 이런 방식으로 의식화되는 감정과 사고를 무시할 수 없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자아는 성격의 숨겨진 측면, 즉 무의식 측면에도 적응하기 시작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갖추고 인생 전반부를 잘 보낸 사람들은 이러한 삶이 그들을 더는 만족시키지 않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이때 고도로 발달한 이 사람의 외향적 감정 기능은 영혼에 더는 아무것도 공급하지 못한다. 이제 이 기능과 다른 잠재적 기능들이 그 능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향성의 직관과 사고 기능의 활동들(철학이나 신학 연구)이 친구들과 식사하거나 휴일에 가족을 만나는 일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인간의 삶에는 이렇게 중요한 변화 시기가 여러 번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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