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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프로이트 마지막 장] 덧없음과 21세기

by 심리를 도와주는 나그네 2022. 9. 3.

프로이트 편의 마지막 장이다.

 

덧없음을 인정하기

 
 
프로이트는 현실 세계의 본질을 곡해하는 종교에 대해 확실히 부정적이었다. 모든 종교적인 관점을 그의 이론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불교와 같은 종교는 초자연적인 아버지 신을 말하지 않는다.
 
 
프로이트가 종교를 향해 가진 의견들을 하나의 설명으로 일축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다만 프로이트는 친구랑 길을 걷던 중 시인인 친구가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소멸할 거라느니 말을 하는 걸 들었다.
 
 
프로이트는 무상한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친구들의 태도에서 두 가지 반응을 확인했다.
 
첫 번째는 가슴이 아픈 절망으로 삶은 비극적이고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었고 두 번째는 관찰자는 이미 불멸을 믿는 자로서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실제로 영원히 사라진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것이다.
 
세계의 무상함을 거부하고 영원한 영역을 기대하는 건 유아기 때의 환상을 고수하고 유치한 소원 성취에 위로를 구하려는 종교적인 사고방식과 유사하다. 그러면 우리는 시인의 우울한 평가에 동의해야 할까?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이 사라질 것임을 알기에 그것에 가치를 부여한다고 한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 지닌 취약함과 연약함은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더 증가시킨다. "하룻밤 동안만 만개하는 꽃이 덜 아름답게 보일 리가 있겠는가?"
 
 
사물의 단명하는 본성을 애석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 자기 삶을 변화무쌍하지만 아름다운 세계라는 맥락에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것을 추구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뒀다.
 
 
정신분석을 거치면 삶을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인간에게 영향을 끼친 무의식의 힘, 심오한 사고력의 함양이 삶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는 가능성 등을 알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원칙을 발견했다. 그것은 삶의 예측할 수 없는 특성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그의 비판을 절망이나 의미의 상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6장 21세기의 프로이트

 

 

 

프로이트의 사상은 결론이 아니다.

 
 
5장에선 종교에 대한 프로이트의 사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프로이트는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그 해석법은 종교에 대한 그의 비판, 그의 저서에서 다룬 다양한 주제, 즉 세계의 특성과 세계 속 인간의 위치에 관한 사상을 바탕으로 도출했다.
 
그만큼 그가 수행한 연구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사상은 영국과 프랑스의 정신분석이 나타내는 차이점을 보인다. 하여튼 프로이트의 사상은 결론이 아니라 생각을 위한 출발점이다. 우리는 스스로 프로이트를 대면해서 그의 사상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자신만의 평가를 해야 한다.
 

문화비평가로서의 프로이트

 

 
 
동시대의 추론과 사고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던 프로이트는 이제 우리를 향해 현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라고 촉구한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사상 중 동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어 했던 바는 인간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프로이트의 조언대로 인간 행동의 이면을 바라본다면 현시대의 성에 대한 관념이 프로이트의 주장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그가 활동한 20세기 초만 해도 동은 성이나 성적 감정과 분리된 수수한 존재라는 일반적인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성적인 것`의 구성요소는 생식기의 즐거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성적인 것`은 신체적, 정신적 경험을 아우른다.
 
 
사람들은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의 핵심 원인인 성적 학대를 외면했다고 말하며 그의 심리성적 이론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프로이트는 외면하지 않았다. 다만 병을 일으킨 원인에는 부모의 성적 접근에 대한 강한 환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뿐이다.
 
섹스는 유아기에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아 생성된 환상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동 학대가 끔찍한 이유는 물리적인 학대만이 아니다.
 
학대가 일어나면 아동의 욕망, 즉 물리적인 세계에 포함되지 않은 환상의 결과물은 현실로 넘어와 종종 극단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관심은 인간의 행동과 관계를 탐구하는 데 있었다. 항상 치료의 요인을 중요하게 여겼고 정신질환으로 피폐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해 정상적으로 사는 방법을 찾는 게 의료상의 목표였다.
 
 
 

도덕적인 철학자로서의 프로이트

 
 
겉으론 철학을 거부하는 듯한 그의 태도 때문에 프로이트가 철학이 가진 힘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해는 과학적인 방법을 고수하려는 의지와 치료의 요소 사이에서 발생한 부조화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인간의 영혼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은 후에는 어떻게 더 나은 삶, 성취하는 삶을 살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프로이트는 철학을 외면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추상적인 영역에서 윤리적인 차원으로 이동한 철학의 힘을 어떻게 무시하겠는가.
 
 
여기서 `윤리적인 것`이란 옳은지 그른지의 논의로 한정을 짓기 보단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한 포괄적인 주제로 해석하는 게 좋다.
 
 
정신분석은 개인이 삶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정신적 삶을 강화하도록 도와준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적 도구가 질 높은 삶에 가장 중요한 `사랑과 일`을 성취하도록 돕는다고 봤다. 명확한 정신을 갖추고 관계 형성과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더 심오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의 목표는 메타심리학적 가정을 필요로 한다. 인간이 잘살기 위해선 반드시 우주와 융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능과 정신의 조합은 인간에게 비극을 몰고 왔다. 동물인 인간의 마음속에 불편한 감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생물학자로서 인간이 성적 본능은 물론 여러 가지 본능에 추동되는 동물이라고 인지했다. 그러나 심리학자로서 프로이트는 인간이 동물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종이다. 인간의 번식 또는 살해하려는 욕구는 예술, 철학, 문학 등을 창조하려는 에너지로 승화할 수 있다. 한편으론 인간은 완전히 만족할 수 없다는 교훈을 깨닫게 했다. 인간은 보호받기 위해 공동체 안에서 사는 동안 자신의 욕망을 승화하거나 파괴할 수밖에 없다.
 
 
인간 문화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론은 철학적일 수밖에 없다. 프로이트의 치료법은 무의식을 의식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했고 환자는 자신의 새로운 측면을 확인함으로써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잘 살기 위해서 개인은 자신의 욕망과 필요를 자신이 속한 더 광활한 우주의 맥락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프로이트가 종교를 비판한 핵심적인 이유는 우주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반드시 우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프로이트는 일반적인 성공의 통념과는 다른데, 성공한 삶을 향한 기대를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사회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만족을 추구하는 본능의 세계와 그러한 본능을 승화해야 할 필요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
 
 
민주주의 과정에서 얻은 자유, 구매력의 향상, 유명세, 성형수술로 얻은 아름다운 외모를 통해 행복을 얻는다는 21세기의 믿음은 현실을 부정한다.
 
 
대중적인 심리치료는 행복하여지려면 스스로에 대해 열심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이 믿음을 계속 버리지 않도록 만든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와 반대로 개인의 기대를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 맞추면 현실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고, 따라서 삶 속에 존재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프로이트에 관해 적은 내용들은 베벌리 클락의 저서 '프로이트 심리학 강의 (프로이트가 말하는 정신분석의 모든 것)'을 참고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융에 관해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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